컨테이너 고박, 문 닫기 전에 정해 둘 세 가지
배가 흔들리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컨테이너 문을 닫기 전까지입니다.
컨테이너 고박은 짐을 싣는 쪽이 맡는 일이고, 누가 하는지, 무엇으로 하는지, 무엇을 적어 두는지 세 가지를 문 닫기 전에 정해 두어야 합니다.
처음 컨테이너 한 대를 통째로 빌려 수출하시는 분들은 컨테이너만 잡으면 그다음은 선사와 포워더가 알아서 챙겨 준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컨테이너 안에 짐을 어떻게 싣고 어떻게 고정할지는 짐을 싣는 쪽에서 정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20피트 컨테이너에 파렛트 10개를 싣고 나니, 문 쪽에 1미터쯤 빈 공간이 남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파렛트가 무거우니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트럭이 급하게 서거나 배가 크게 흔들리면 파렛트가 그 빈 공간 쪽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컨테이너 안의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받치고 묶는 작업을 흔히 고박이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나무 같은 버팀재로 받치는 작업을 쇼링(Shoring), 벨트나 와이어로 묶는 작업을 라싱(Lashing)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 컨테이너 고박을 앞의 가정 사례에 맞춰, 누가 하는지와 무엇으로 하는지, 그리고 문 닫기 전에 무엇을 적어 두는지 순서로 알아보겠습니다.
컨테이너 고박은 짐을 싣는 사람이 맡습니다
먼저 고박이라는 말이 두 곳에서 쓰인다는 점부터 나눠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배 위에 쌓인 컨테이너를 선체에 고정하는 작업도 고박이라고 부르는데, 이 일은 선박 쪽의 몫입니다. 선박안전법도 선박소유자가 화물을 싣고 고박하는 방법을 지침서로 만들어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화주가 챙겨야 하는 것은 그 컨테이너의 안쪽입니다.

컨테이너 안쪽에 대해서는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함께 만든 CTU Code라는 실무 규약이 있습니다. 법처럼 강제되는 규정은 아니고, 컨테이너에 화물을 싣고 고정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도록 만든 기준입니다. 이 규약은 컨테이너 운송에 관여하는 역할을 이렇게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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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 | 맡는 일 |
|---|---|
| 컨테이너 운영자 | 쓸 수 있는 상태의 깨끗한 컨테이너를 내줍니다 |
| 화물을 내주는 쪽(Consignor) | 화물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포장이 운송을 견디도록 준비합니다 |
| 적입자(Packer) | 컨테이너에 싣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봉인합니다 |
| 송하인(Shipper) | 싣고 고정하는 일을 누가 할지 정해지고 전달됐는지 챙깁니다 |
이 가운데 컨테이너 안에서 화물이 충분히 고정되도록 하는 일은 적입자의 몫으로 적혀 있습니다. 또 규약은 짐을 잘못 싣거나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생긴 문제는 송하인의 책임으로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공장 직원 대신 작업 업체를 불러 싣게 하더라도, 그 업체는 송하인에게 결과를 책임지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앞의 가정 사례로 돌아가면, 문 쪽 빈 공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선사가 아니라 그 컨테이너에 파렛트를 실은 쪽이 정해야 합니다. 컨테이너 한 대를 통째로 쓰는 경우 짐을 싣는 방식이 보험금 청구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해상보험, 보험금을 못 받는 이유는 상법에 적혀 있습니다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 가지 더 헷갈리기 쉬운 것이 EXW 조건입니다. 많은 분들이 EXW로 팔면 컨테이너에 싣는 것도 사는 쪽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코텀즈 2020의 EXW에서는 실제로 매도인에게 물건을 차량에 실어 줄 의무가 없고, 싣는 작업은 매수인의 비용과 위험으로 이뤄집니다. 다만 매도인 공장 안에서 매도인 직원이 대신 싣게 되는 거래라면, 그 작업을 누가 책임질지를 계약 단계에서 따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ICC도 국경을 넘는 거래라면 EXW보다 FCA를 검토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짐을 싣는 쪽은 무엇으로 화물을 고정해야 할까요?
막고, 묶고, 빈 공간을 채웁니다
CTU Code는 화물이 어느 방향으로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막거나 묶거나, 두 방법을 함께 쓰라고 안내합니다. 필요하면 남는 공간도 채우라고 적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쓰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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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 | 하는 일 | 챙길 점 |
|---|---|---|
| 막기(쇼링, 블로킹) | 화물 앞뒤나 옆을 버팀재로 받쳐 밀리지 않게 합니다 | 나무 버팀재는 검역 마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 묶기(라싱) | 벨트나 와이어로 화물을 컨테이너 고리에 묶습니다 | 벨트를 매듭으로 묶지 않고, 포장이 상할 만큼 조이지 않습니다 |
| 채우기 | 남는 공간을 공기주머니 같은 채움재로 메웁니다 | 받는 쪽에서 풀 때 화물이 쏟아지지 않는지 살핍니다 |

많은 분들이 화물이 무거우면 저절로 제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TU Code는 화물 무게만으로는, 바닥과의 마찰이 큰 경우라도 충분하지 않다고 적고 있습니다. 운송 중 계속되는 진동 때문에 화물이 조금씩 움직일 수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막을 수 없는 화물이라면 라싱으로 묶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가정 사례의 파렛트 10개도 무게만 믿고 문 쪽 1미터를 비워 두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라싱을 할 때는 컨테이너 고리가 얼마나 버티는지도 알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규약에 따르면 일반 컨테이너는 고리 수가 많지 않고, 고리가 있는 경우 바닥 쪽 고리는 최소 10kN, 위쪽 옆면 고리는 최소 5kN을 견디도록 되어 있습니다. 10kN은 대략 1톤의 무게가 당기는 힘입니다. 무거운 기계 한 대를 위쪽 고리 몇 개에만 묶는 방식은 고리가 버티는 힘을 넘길 수 있으니, 바닥 쪽 고리와 버팀재를 함께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버팀재로 나무를 쓸 때는 검역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목재 포장재 검역 규정이 적용되는 나라로 가는 경우, 규약도 IPPC 마크가 없는 나무 버팀재는 그 나라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나무 파렛트와 버팀재에 찍는 마크는 팔레트 훈증처리, 마크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에서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막고 묶고 채웠다면, 문만 닫으면 끝일까요?
문을 닫기 전에 세 가지를 적어 둡니다
CTU Code는 짐을 다 실은 뒤에 할 일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컨테이너의 총중량을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봉인을 채우고, 그다음 컨테이너 번호와 총중량, 봉인 번호를 서류에 적으라는 것입니다. 봉인 번호는 적입자가 송하인에게 알려 주는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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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 둘 것 | 왜 필요한가 |
|---|---|
| 컨테이너 번호 | 서류와 실제 컨테이너가 같은지 맞춰 보는 기준입니다 |
| 총중량 | 운송하는 모든 구간에서 무게를 기준으로 싣고 옮깁니다 |
| 봉인 번호 | 받는 쪽이 문을 열기 전에 서류와 같은지 확인합니다 |

받는 쪽도 규약에 따라 컨테이너를 열기 전에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번호가 운송 서류와 같은지부터 확인합니다. 출발할 때 적어 둔 번호가 도착했을 때 확인하는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권해 드립니다. CTU Code에 있는 항목은 아니지만, 짐을 싣는 중간과 문을 닫기 직전에 컨테이너 안쪽 사진을 남겨 두시면 좋습니다. 봉인을 채운 뒤에는 출발할 때 어떻게 실었는지 다시 열어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진이 컨테이너 고박을 제대로 했다는 기록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W 조건이면 쇼링과 라싱은 누가 해야 하나요?
인코텀즈 2020의 EXW에서는 매도인에게 물건을 싣는 의무가 없고, 싣는 작업은 매수인의 비용과 위험으로 이뤄집니다. 다만 실제로 매도인 공장에서 누가 컨테이너에 싣고 고정할지는 거래마다 다를 수 있으니, 계약 단계에서 작업을 맡을 쪽을 적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화물이 파손됐는데 선사가 물어주나요?
컨테이너 한 대를 통째로 빌려 화주 쪽이 직접 실었다면, 짐을 잘못 싣거나 고정하지 않아 생긴 문제는 송하인의 책임으로 남는다는 것이 CTU Code의 설명입니다. 원인이 운송 중 사고인지, 싣는 방식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사진과 서류를 먼저 모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남는 공간이 조금이면 꼭 채워야 하나요?
규약은 필요하면 빈 공간을 채우라고 안내하고, 화물 무게와 마찰만으로는 진동에 밀릴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공간이 작더라도 화물이 앞뒤로 움직일 여지가 있다면 버팀재나 채움재로 막아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고박 작업만 따로 맡길 수 있나요?
공장에 작업 인력이나 자재가 없다면 싣고 고정하는 작업을 따로 맡길 수 있습니다. 이때 그 업체가 적입자 역할을 하게 되므로, 작업을 마친 뒤 총중량과 봉인 번호를 받아 두시는 것까지 함께 정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컨테이너 고박은 배 위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컨테이너 문을 닫기 전에 짐을 싣는 쪽이 끝내는 일입니다. 누가 싣고 고정할지를 먼저 정하고, 막기와 라싱, 빈 공간 채우기를 화물에 맞게 고른 뒤, 컨테이너 번호와 총중량, 봉인 번호를 적어 두면 됩니다.
그런데 봉인을 채운 컨테이너는 선사가 문을 열어 안을 세어 보고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하증권에는 이 사정을 드러내는 문구가 따로 적히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문구가 화주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싣는 화물의 종류와 수량을 알려 주시면, 부킹 전에 컨테이너 크기와 작업 분담부터 같이 봐 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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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ILO/UNECE Code of Practice for Packing of Cargo Transport Units (CTU Code) 2014 : 국제해사기구 안내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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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안전법 제39조(화물의 적재·고박방법 등)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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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terms® 2020: EXW or FCA? : ICC 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