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증권 부지약관(SLAC), 선사가 세어 보지 않았다고 적는 이유
선하증권에 파렛트 10개라고 적혀 있어도, 선사가 그 10개를 직접 센 것은 아닙니다. 그 사정을 선하증권에 그대로 적어 두는 문구가 SLAC입니다.
선하증권의 부지약관은 봉인된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을 운송인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표시이고, 그래서 적힌 수량과 상태가 맞는지는 송하인 쪽이 챙겨야 합니다.
컨테이너 한 대를 통째로 빌려 수출하시는 분들은 선하증권을 받으면 품명과 수량부터 확인하십니다. 그런데 그 칸 근처에 SHIPPER'S LOAD AND COUNT 같은 영문 한 줄이 함께 찍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한 줄이 화주에게 어떤 뜻인지 알아 두시면, 도착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앞선 글의 가정 사례처럼, 공장에서 20피트 컨테이너에 파렛트 10개를 싣고 봉인까지 마쳤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컨테이너를 받는 선사가 문을 열어 파렛트를 세어 보고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선하증권에는 10 PALLETS라고 적히는데, 그 옆에 붙는 문구가 바로 오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운송인이 내용물을 모른다는 뜻을 적어 두는 문구를 흔히 부지약관이라고 합니다. 영문으로는 SLAC(Shipper's Load And Count, 송하인이 싣고 셌음)나 STC(Said To Contain, 들어 있다고 함) 같은 표현을 씁니다.
오늘은 이 문구를 중심으로 선하증권에 무엇이 적히는지, 그 숫자를 누가 책임지는지, 그리고 화주가 무엇을 맞춰 두어야 하는지 순서로 알아보겠습니다.
선하증권의 수량은 송하인이 알려 준 숫자입니다
먼저 선하증권에 품명과 수량이 어떻게 적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상법은 선하증권에 적을 사항을 정해 두었는데, 운송물의 종류와 중량, 포장 종류, 개수는 송하인이 서면으로 통지한 내용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사가 직접 재고 센 값을 적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또 상법은 운송인이 받은 화물과 통지받은 내용이 맞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거나,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을 때는 그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봉인된 컨테이너가 바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문을 열지 않는 한 선사는 안에 파렛트가 10개인지 9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하증권에는 송하인이 알려 준 10 PALLETS를 적되, SLAC나 STC 같은 문구를 함께 붙여 이 숫자를 운송인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 컨테이너를 누가 싣고 봉인하는지는 컨테이너 고박, 문 닫기 전에 정해 둘 세 가지에서 먼저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선하증권에 적힌 숫자가 실제와 다르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부지약관이 있으면 증명해야 하는 쪽이 달라집니다
많은 분들이 선하증권에 찍힌 숫자는 선사가 확인해 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법은 송하인이 통지한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담보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알려 준 숫자가 틀렸다면 그 책임은 먼저 알려 준 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상법은 선하증권이 발행되면 운송인이 적힌 대로 화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선하증권을 선의로 산 사람에게는 적힌 대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하증권은 화물을 대신하는 증권이라 사고파는 사람이 적힌 내용을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하증권이 어떻게 넘어가는지는 지시식 선하증권과 기명식, 수하인 칸 한 줄이 순서를 바꿉니다에서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컨테이너 운송에서 이 추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나눠서 보았습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살펴도 겉에서 알 수 없는 컨테이너 안의 상태에는 이 추정이 적용되지 않고, 선하증권에 부지문구가 적혀 있다면 화물을 좋은 상태로 넘겼다는 점을 손해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의 가정 사례로 보면, 도착해서 파렛트가 부서져 있어도 출발할 때 멀쩡하게 실었다는 것을 화주 쪽이 보여 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화주는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할까요?
화주는 세 곳의 숫자를 맞추고, 실은 기록을 남깁니다
이런 문구가 붙는다고 선하증권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대신 선사가 확인하지 않은 부분을 화주가 증명할 수 있게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같은 화물을 가리키는 숫자가 서류마다 같은지 맞춰 봅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서류 | 확인할 숫자 |
|---|---|
| 패킹리스트 | 포장 개수, 중량, 부피 |
| 선사에 통지하는 선적 정보 | 선하증권에 적힐 품명, 개수, 중량 |
| 컨테이너 총중량 신고 | 화물과 포장재를 포함한 컨테이너 전체 무게 |

다음으로 짐을 싣고 봉인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번호, 싣는 중간과 문을 닫기 직전의 사진이 있으면, 이런 문구가 붙은 선하증권이라도 출발할 때의 상태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판례가 증명을 요구하는 대목이 바로 이 출발 시점의 상태입니다.

신용장 거래라면 은행 서류 심사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6조는 운송인이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들어간 운송서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 이 문구만으로 서류가 거절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용장에 따로 적힌 조건이 있을 수 있으니 신용장을 받은 날 선하증권 관련 조건을 한 번 읽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SLAC와 STC는 다른 뜻인가요?
SLAC는 송하인이 싣고 셌다는 뜻이고, STC는 그렇게 들어 있다고 한다는 뜻입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둘 다 운송인이 내용물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어 두는 문구로 쓰이고, UCP 600 제26조도 두 표현을 함께 들고 있습니다.
선하증권에 수량을 잘못 알려 줬으면 누가 책임지나요?
상법은 송하인이 통지한 종류, 중량, 개수 같은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담보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틀린 숫자를 알려 준 경우라면 먼저 송하인 쪽의 책임을 따지게 됩니다.
부지약관이 있으면 선사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컨테이너 안의 상태에 대해 화물을 좋은 상태로 넘겼다는 점을 손해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증명이 되고 운송 중에 생긴 손해라면 운송인의 책임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STC 같은 문구가 붙은 선하증권으로 신용장 대금을 받을 수 있나요?
UCP 600 제26조가 이런 문구가 들어간 운송서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문구 자체가 거절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신용장에 별도 조건이 있는지는 따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선하증권의 부지약관은 봉인된 컨테이너 안을 운송인이 세어 보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상법은 선하증권의 수량을 송하인이 알려 준 대로 적게 하고 그 정확성을 송하인이 담보하도록 했고, 대법원은 부지문구가 있으면 출발할 때의 상태를 손해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화주는 패킹리스트와 선적 정보, 컨테이너 총중량의 숫자를 맞추고,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번호, 싣는 과정의 사진을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하증권 초안을 받으셨는데 수량이나 문구가 어떻게 적혀야 할지 애매하시면, 발행 전에 초안을 보내 주셔도 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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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853조(선하증권의 기재사항)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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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854조(선하증권 기재의 효력)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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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에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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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UCP 600) 제26조 : ICC Academy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