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험, 보험금을 못 받는 이유는 상법에 적혀 있습니다
보험은 분명히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증권을 꺼내 보면 담보 조건도 멀쩡하고 보험기간도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청구를 넣으면 거절이 돌아옵니다.
이럴 때 답은 대개 약관이 아니라 법에 적혀 있습니다. 상법은 운송인이 배상 책임을 면하는 사유를 조문에 못박아 두었고, 그중 몇 개는 화주가 스스로 걸리는 것들입니다.
해상보험 보상 범위를 물으실 때 담보 조건표만 보시면 이 부분이 통째로 빠집니다. 이 글은 조문에 적힌 것만 다룹니다.

담보 조건은 절반짜리 답입니다
CIF로 계약하면 매도인이 해상보험을 듭니다. 협회적하약관을 따르고 담보 범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뉘며, 가장 좁은 것이 ICC(C)이고 가장 넓은 것이 ICC(A)입니다. 인코텀즈 2020에서 CIF에 딸려 오는 것은 좁은 쪽으로 유지됐습니다.
조건별로 무엇이 담보되고 부보 금액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는 CIF면 보험 다 된 거 아닌가요 편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에서 볼 것은 그다음입니다. 같은 조건으로 들어 있어도 받는 사람과 못 받는 사람이 갈리는 이유입니다.

운송인이 책임을 면하는 사유가 법에 열거돼 있습니다
상법 제796조는 운송인의 면책사유를 열한 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운송인이 그 사실이 있었다는 것과, 손해가 그 사실로 인하여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하면 배상 책임을 면합니다.
열한 가지 중 화주가 스스로 걸리는 것이 셋입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호 | 내용 | 화주에게 무슨 뜻인가 |
|---|---|---|
| 제6호 | 송하인 또는 운송물의 소유자나 그 사용인의 행위 | 내가 한 일이면 운송인이 면책된다 |
| 제9호 | 운송물의 포장의 불충분 또는 기호의 표시의 불완전 | 포장이 약하면 운송인이 면책된다 |
| 제10호 |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 | 화물 자체의 성질이면 운송인이 면책된다 |
같은 조문에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운송인이 제794조와 제795조 제1항에 따른 주의를 다했더라면 손해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면책되지 않습니다. 다툴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6호가 LCL과 FCL을 가릅니다
위 표에서 제6호를 다시 보십시오. 송하인이나 그 사용인의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컨테이너에 짐을 실은 사람이 누구인지가 그대로 결론이 됩니다.
컨테이너를 통째로 빌려 내 창고에서 직접 실었다면 적입은 내가 한 행위입니다. 고정이 풀려 화물이 넘어졌다면 제6호가 정면으로 적용됩니다.
소량 화물을 다른 화주 짐과 함께 보내는 경우는 다릅니다. 이때 화물을 모아 컨테이너에 싣는 것은 국제물류주선업자가 하는 일입니다. 물류정책기본법 제2조 제1항 제11호는 국제물류주선업을 타인의 수요에 따라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수출입화물의 물류를 주선하는 사업으로 정의합니다.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하는 행위이므로, 송하인이나 그 사용인의 행위로 곧바로 묶이지 않습니다.

제9호는 다릅니다. 포장은 누가 실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어느 방식으로 보내시든 포장이 불충분하면 운송인이 면책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포장은 양쪽 다 내 책임이고, 적입은 컨테이너를 통째로 쓸 때만 내 책임입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구분 | 소량 혼재 운송 | 컨테이너 단독 사용, 자가적입 |
|---|---|---|
| 제6호 적입 행위 | 주선업자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수행 | 화주 본인의 행위 |
| 제9호 포장 | 화주 책임 | 화주 책임 |
| 제10호 화물 성질 | 화주 책임 | 화주 책임 |

보험금을 받으면 그다음은 보험사가 합니다
손해가 남의 행위로 생겼다면 그 상대에게 물어야 하는데, 화주가 직접 쫓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먼저 지급하고 상대에게 청구하는 구조가 법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서는 내 보험에 먼저 청구하는 쪽입니다. 상대를 특정하고 다투는 일은 그다음에 보험사가 이어받습니다.

내 화물이 멀쩡해도 분담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보내셨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상법 제865조는 공동해손을 정의합니다. 선박과 적하의 공동위험을 면하기 위한 선장의 선박 또는 적하에 대한 처분으로 생긴 손해나 비용이 공동해손입니다.
부담하는 방식은 제866조에 있습니다. 위험을 면한 선박 또는 적하의 가액과 운임의 반액, 그리고 공동해손의 액의 비율에 따라 각 이해관계인이 분담합니다.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결론이 나옵니다. 분담의 근거는 내 화물이 손상됐는지가 아니라 내 화물이 위험을 면했는지입니다. 멀쩡히 도착한 화물의 주인도 이해관계인으로서 분담합니다.

기한이 둘 있습니다
담보 조건보다 이 두 기한이 실제로는 더 무섭습니다.
첫째는 3일입니다. 상법 제804조 제1항은 수하인이 운송물의 일부 멸실이나 훼손을 발견하면 수령 후 지체 없이 그 개요를 운송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즉시 발견할 수 없는 것이면 수령한 날부터 3일 이내에 통지를 발송해야 합니다.
통지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같은 조 제2항에 있습니다. 운송물이 멸실 또는 훼손 없이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둘째는 1년입니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가 청구원인을 불문하고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당사자의 합의로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협의가 길어지는 사이에 1년이 지나가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상대가 계속 검토하겠다고 하면 연장 합의를 받아두시거나 기한 안에 청구하셔야 합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기한 | 근거 | 놓치면 |
|---|---|---|
| 수령 후 지체 없이, 늦어도 3일 | 상법 제804조 제1항 | 멸실이나 훼손 없이 인도된 것으로 추정 |
| 인도일부터 1년 | 상법 제814조 제1항 | 채권 자체가 소멸 |
여기부터는 실무에서 권해드리는 것입니다
아래는 법 규정이 아니라 저희가 현장에서 권해드리는 내용입니다. 조문으로 뒷받침되는 이야기와 구분해서 읽어주십시오. 해상보험 청구가 실제로 갈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컨테이너를 직접 실으신다면 문을 닫기 전에 사진을 남겨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제6호가 적용될 때 적입이 적절했다는 것을 보이려면 그 시점의 상태를 증명할 재료가 필요한데, 나중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포장은 제9호가 어느 방식에나 걸리므로 양쪽 모두 신경 쓰셔야 합니다. 특히 소량 화물은 다른 화주의 짐과 한 컨테이너에 실리므로, 위에 무언가 올라간다는 전제로 포장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물을 받으실 때는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인수증에 적어두십시오. 그리고 손해를 발견하시면 정리부터 하지 마시고 상태를 그대로 둔 채 통지와 검정을 먼저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FAQ
소량 화물로 보냈는데 옆 화물 때문에 젖었습니다,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내 적하보험에 먼저 청구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그 금액의 한도에서 제3자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므로, 상대를 특정하고 다투는 일은 보험사가 이어받습니다.
제가 실은 컨테이너인데 포장 불량이라고 거절당했습니다
상법 제796조는 송하인이나 그 사용인의 행위를 제6호에, 포장의 불충분을 제9호에 면책사유로 두고 있습니다. 직접 적입한 컨테이너는 두 호에 모두 닿아 있어 다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운송인이 제794조와 제795조 제1항의 주의를 다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손해임을 증명하면 면책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으니, 여지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 화물은 멀쩡한데 왜 분담금을 내라고 하나요
상법 제866조는 위험을 면한 선박 또는 적하의 가액과 운임의 반액, 공동해손의 액의 비율에 따라 각 이해관계인이 분담하도록 정합니다. 분담의 근거는 손상 여부가 아니라 위험을 면했다는 사실입니다.
사고를 언제까지 알려야 하나요
상법 제804조 제1항에 따라 발견 후 지체 없이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즉시 발견할 수 없는 것이면 수령한 날부터 3일 이내에 발송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통지가 없으면 멸실이나 훼손 없이 인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청구는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항 단서에서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협의가 길어질 것 같으면 연장 합의를 문서로 받아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증권 사진 한 장만 보내주십시오
해상보험 증권은 담보 조건이 약관 코드로만 적혀 있어서, 무엇을 들었는지 본인도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이 좁은지 넓은지는 사고가 난 뒤에야 드러납니다.
지금 들어 있는 증권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시면 어느 조건으로 들어 있는지 읽어 드립니다. 보내시는 화물에 그 조건이 맞는지, 소량으로 보내실지 컨테이너를 통째로 쓰실지에 따라 무엇을 더 준비하셔야 하는지도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
품목과 인코텀즈 조건, 출발지와 도착지만 함께 적어주시면 됩니다.

증권이 아직 없으시면 계약 조건만 알려주셔도 됩니다. 어느 단계에서 부보해야 구간이 비지 않는지부터 잡아 드립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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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682조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제796조 운송인의 면책사유, 제804조 운송물의 일부 멸실·훼손에 관한 통지, 제814조 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 제865조 공동해손의 요건, 제866조 공동해손의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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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물류정책기본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국제물류주선업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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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무역협회, 10년 만에 바뀐 인코텀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 CIF와 CIP의 부보 수준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