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확인서를 받았는데 화물이 다음 배로 밀렸습니다
부킹 확인서에 적힌 배 이름은 약속이 아닙니다.
선사에서 부킹 확인서(Booking Confirmation)를 받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일정을 확정합니다. 선명이 적혀 있고, 항차가 적혀 있고, 출항일이 적혀 있으니까요. 바이어에게 그 날짜를 그대로 알리고, 공장 생산 일정도 거기에 맞춥니다.
그런데 출항 사흘 전에 연락이 옵니다. 다음 배로 넘어갔다고요.
이 글은 「선사가 왜 그랬는가」를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컨테이너 부킹이라는 절차가 원래 무엇을 보장하고 무엇을 보장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 경계가 어디서 갈리는지를 조문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경계를 알면 다투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부킹 확인서는 자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컨테이너 부킹은 자리를 예약하는 절차이지 자리를 확보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확인서를 주고받는 시점에는 선사가 아직 화물을 받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종이 위에서 선복 한 칸을 잡아 둔 상태이고, 그 칸은 실제 선적 직전까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상법이 해상운송인에게 주의의무를 지우는 구간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집니다. 상법 제795조 제1항은 운송인의 주의의무를 **「운송물의 수령ㆍ선적ㆍ적부ㆍ운송ㆍ보관ㆍ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걸어 둡니다. 목록의 첫 단어가 「수령」입니다. 즉 조문이 재기 시작하는 시점은 운송인이 화물을 받은 때이고, 부킹 확인서만 오간 단계는 이 목록 앞에 있습니다.
따라서 확인서를 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자리가 확보됐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확인서는 일정을 짜기 위한 근거이지, 그 일정이 지켜진다는 보증서가 아닙니다.

수출 일정을 처음부터 어떤 순서로 짜야 하는지는 수출 순서 A부터 Z까지 — 수출신고가 먼저인가, 배를 잡는 것이 먼저인가에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그중 「배를 잡는」 단계 하나를 확대해서 보는 셈입니다.
그럼 언제부터는 선사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갈림길은 화물을 넘긴 시점입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화물을 언제 넘겼는가로 갈립니다.
왜냐하면 앞의 조문이 「수령」부터 「인도」까지를 하나의 구간으로 묶고, 그 구간 안에서 생긴 연착에 배상책임을 두기 때문입니다. 제795조 제1항은 멸실·훼손과 나란히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조문은 책임의 방향까지 정해 둡니다. 운송인이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화주가 과실을 찾아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운송인이 스스로 해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799조 제1항은 제794조부터 제798조까지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나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못박습니다. 약관에 면책 문구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반입 전에 밀린 것과 반입 후에 밀린 것은 다투는 자리가 다릅니다. 앞은 계약과 약관의 영역이고, 뒤는 위 조문들이 작동하는 영역입니다. 롤오버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 「우리 화물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인 이유입니다.


화물이 이미 터미널에 들어가 있는데 배만 밀리면 컨테이너가 그 자리에 남아 보관료 계산이 시작됩니다. 이때 붙는 비용이 무엇이고 누구에게 청구되는지는 디머리지 디텐션, 컨테이너 한 대에 청구서가 두 장 오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우리가 부킹을 취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관계는 처음부터 대칭이 아닙니다
컨테이너 부킹은 양쪽이 같은 무게로 묶이는 약속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선사 쪽에는 취소와 노쇼(No-show)에 관한 요금 조항이 태리프에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화주가 밀렸을 때 받을 구제는 그만큼 미리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쪽 방향에만 값이 매겨져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이 비대칭은 서류에서 눈으로 확인됩니다. 부킹 확인서를 펼치면 선명·항차·출항일·컷오프 시각이 나란히 적혀 있는데, 이 값들이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함께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인서를 받고 선명과 날짜만 옮겨 적으면 그 단서를 지나치게 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확인서를 받으면 날짜보다 단서 조항을 먼저 읽습니다. 변경 가능으로 표시된 칸이 어디인지, 변경 시 통보 시점이 언제인지를 봅니다. 확인서 양식은 선사마다 다르므로 매번 봅니다.
둘째, 바이어에게 알리는 날짜에 여유를 둡니다. 확인서의 출항일을 그대로 납기로 약속하면 롤오버 한 번에 계약 위반이 됩니다. 선적 기한을 계약서에 적을 때 선적 시점과 도착 시점 중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도 함께 정합니다.
셋째, 취소 조건을 미리 물어 둡니다. 언제까지 취소하면 수수료가 없는지, 이후에는 어떤 기준으로 붙는지를 부킹 시점에 확인합니다. 취소가 필요해진 다음에 묻는 것보다 낫습니다.


조건에 따라 누가 배를 잡고 누가 위험을 지는지가 달라지는데, 그 구분은 인코텀즈 2020 비교 — EXW·CFR·CIF·DAP·DDP, 내 책임은 어디서 끝나는가에 조건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컨테이너 부킹은 선복을 예약하는 절차입니다. 확인서에 적힌 선명과 출항일은 그 시점의 계획이고, 상법이 운송인의 주의의무를 재기 시작하는 지점은 화물을 「수령」한 때입니다. 그래서 반입 전에 밀린 것과 반입 후에 밀린 것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투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대칭이 아닙니다. 취소에는 값이 매겨져 있고 밀림에는 그만큼 정해진 값이 없습니다.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은 확인서의 단서 조항을 읽는 일과, 바이어에게 약속하는 날짜에 여유를 두는 일입니다.

부킹 확인서를 받아 두고 이 칸이 무슨 뜻인지 애매하셨다면, 확인서 한 장만 보내 주셔도 됩니다. 어느 칸이 변경 가능으로 열려 있는지 짚어 드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FAQ
컨테이너 부킹은 누가 하나요?
계약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운임을 부담하는 쪽이 배를 잡는 것이 보통이므로, FOB이면 매수인 쪽이, CFR·CIF이면 매도인 쪽이 부킹의 주체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그 주체가 포워더에 위임해 진행합니다. 누가 부담하는 조건인지부터 계약서에서 확인하십시오.
부킹을 취소하면 수수료를 무나요?
선사와 노선에 따라 다릅니다. 취소·노쇼 요금 조항을 두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킹을 넣는 시점에 「언제까지 취소하면 비용이 없는지」를 물어 기록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취소가 필요해진 뒤에 확인하면 이미 기준 시점을 지난 경우가 생깁니다.
부킹 번호로 화물이 어디까지 갔는지 볼 수 있나요?
부킹 번호(Booking No.)는 선사 시스템에서 예약 건을 가리키는 번호라 선사 홈페이지 조회에 씁니다. 다만 통관 진행 상황은 이 번호가 아니라 B/L 번호나 화물관리번호로 봅니다. 두 축이 다르므로 조회가 안 될 때는 번호 종류부터 확인하십시오.
배가 밀렸는데 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고, 화물을 이미 넘긴 뒤였는지가 큰 갈림입니다. 상법 제795조는 운송물을 수령한 때부터의 연착을 배상 대상으로 두고, 제799조는 그 책임을 경감·면제하는 특약을 무효로 합니다. 다만 실제 인정 여부는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달려 있으므로, 통보받은 시점과 화물 위치를 기록해 두고 개별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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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795조(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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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799조(운송인의 책임경감금지) —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