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마인보이스, 계약서로 쓰면 안 되는 단 한 가지 이유
이걸로 계약서를 대신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대개는 됩니다. 안 되는 자리가 한 곳 있습니다.

해외 공급처와 처음 거래를 트면 대부분 이 서류부터 받습니다. 품목과 수량, 단가와 총액, 결제조건이 한 장에 정리되어 옵니다. 계약서를 따로 쓰자고 하면 상대가 의아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다 적혀 있는데 왜 또 쓰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걸 "그냥 견적서"라고 부르며 가볍게 다룹니다. 법적으로는 아무 힘도 없는 종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 생각이 정확히 반대라서 문제가 생깁니다.
견적서가 아니라 청약일 수 있습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가 생깁니다.
우리말로는 견적송장이라 부르니 견적서처럼 들리지만,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면 성격이 다릅니다. 무엇을 얼마에 몇 개 팔겠다는 것이 특정되어 있고, 언제까지 답을 달라는 기한까지 적혀 있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청약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청약은 함부로 거둬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27조는 계약의 청약은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한 줄짜리 조문인데 실무에서는 무게가 있습니다. 보내 놓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없던 일로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효기간이 붙습니다. 민법 제528조 제1항은 승낙의 기간을 정한 청약에 대해, 청약자가 그 기간 내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프로포마인보이스에 유효기간 칸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칸은 장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닫는 장치입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서류에 적힌 것 | 법에서 대응하는 것 | 실무에서 뜻하는 것 |
|---|---|---|
| 품목·수량·단가·총액 | 청약의 내용 | 무엇을 얼마에 팔겠다는 특정 |
| 유효기간 | 승낙기간 | 이 날짜가 지나면 효력을 잃는다 |
| 결제·인도조건 | 청약에 붙은 조건 | 승낙하면 그대로 묶인다 |
따라서 이 서류를 보내실 때는 유효기간을 반드시 적으십시오. 비워 두고 보내면 언제까지 그 가격에 묶여 있는지가 흐려집니다. 반대로 받으실 때는 그 날짜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인보이스가 세 종류라는 것과 각각 언제 쓰는지는 커머셜인보이스 양식, 어느 칸을 채워야 하나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럼 받은 서류를 고쳐서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숫자를 고쳐 서명하면 승낙이 아닙니다
여기서 사고가 가장 많이 납니다.
받은 서류에서 수량을 조금 줄이거나 납기를 당겨 적고, 서명해서 회신하는 일이 흔합니다. 상대도 별말이 없으니 합의된 줄 알고 송금까지 진행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승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34조는 승낙자가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고쳐서 보낸 순간 원래 조건은 거절된 것이고, 이번에는 우리가 청약하는 쪽으로 자리가 바뀝니다.

실제로 이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우리는 고친 조건으로 합의됐다고 믿고 송금합니다. 상대는 우리 수정본을 받아만 두고 아무 답을 안 했습니다. 물건은 원래 조건대로 나오고, 우리는 왜 다르냐고 묻습니다. 이 시점에 서로 다른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우리가 한 행동 | 우리가 믿은 것 | 실제로 벌어진 것 |
|---|---|---|
| 받은 서류를 그대로 서명해 회신 | 계약 성립 | 승낙 |
| 숫자를 고쳐 서명해 회신 | 계약 성립 | 거절 후 새로운 청약 |
| 고친 채로 송금 | 이행 착수 | 상대의 승낙이 아직 없음 |

따라서 고칠 것이 있으면 우리가 손대지 마시고 상대에게 새 서류를 다시 발행해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 한 번이 나중에 몇 주를 아낍니다. 송금은 그다음입니다.
결제조건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이 위험이 달라지는 부분은 T/T와 신용장, 결제조건을 가르는 세 가지 질문에서 다뤘습니다.
그렇게 주고받으면 계약서는 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성립은 하는데, 성립한 내용이 그것뿐입니다
여기가 처음에 말씀드린 그 한 곳입니다.
앞의 조문들을 이어 보면 결론이 나옵니다. 이 서류만 주고받아도 계약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법적 효력이 없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문제는 다른 쪽입니다. 성립한 계약의 내용이 그 한 장에 적힌 것뿐이라는 점입니다. 품목과 금액과 납기는 적혀 있지만, 거래가 틀어졌을 때 필요한 것들은 대개 비어 있습니다.
→ 표를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 분쟁이 나면 필요한 것 | 프로포마인보이스에 있나 |
|---|---|
| 어느 나라 법으로 판단할 것인가 | 대개 없다 |
| 어디서 어떻게 다툴 것인가 | 대개 없다 |
| 물건을 언제까지 검사해야 하는가 | 대개 없다 |
| 하자를 언제까지 통지해야 하는가 | 대개 없다 |
| 늦어지면 얼마를 물어내는가 | 대개 없다 |

하나 더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조문은 우리나라 민법입니다. 국내 거래라면 그대로 적용되지만, 상대가 외국 회사라면 어느 나라 법으로 이 문제를 판단할지부터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정해 두는 칸이 바로 준거법 조항이고, 이 서류에는 그 칸이 없습니다.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다투기 전에, 어느 나라 법으로 볼 것인지부터 다툽니다. 그 앞단에서 몇 달이 갑니다.
따라서 이 서류는 거래를 여는 종이지 분쟁을 닫는 종이가 아닙니다. 반복 거래가 될 것 같으면 첫 건을 진행하면서 기본 계약서를 한 벌 만들어 두시고, 그다음부터는 이 서류를 그 계약서에 딸린 개별 주문서로 쓰시면 됩니다. 결제가 신용장으로 넘어가면 서류 요건이 또 달라지므로 신용장을 받았는데 왜 대금이 안 들어오나요?도 함께 보십시오.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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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마인보이스는 "그냥 견적서"가 아닙니다. 내용이 특정되어 있으면 청약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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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527조는 청약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하고, 제528조 제1항은 승낙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잃도록 합니다. 유효기간 칸이 그래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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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고쳐 서명해 보내면 승낙이 아니라 거절 후 새 청약입니다(제534조). 상대에게 새 서류를 요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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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성립하지만 성립한 내용이 그 한 장뿐입니다. 준거법과 분쟁해결, 검사와 하자 통지 기한은 따로 정하셔야 합니다
받으신 서류를 열어 보십시오. 유효기간 칸이 비어 있거나, 준거법이 어디에도 안 적혀 있다면 지금이 물어볼 때입니다. 송금 버튼을 누른 뒤에는 물어볼 자리가 없습니다.
첫 거래라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모르시겠으면 받으신 서류를 그대로 보내 주십시오. 어느 칸이 비어 있고 그 빈칸이 나중에 무엇으로 돌아오는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FAQ
프로포마인보이스와 오퍼시트, 주문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방향과 발행 주체가 다릅니다. 오퍼시트와 견적송장은 파는 쪽이 사는 쪽에 보내는 서류이고, 주문서는 사는 쪽이 파는 쪽에 보내는 서류입니다. 다만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입니다. 품목과 수량과 대금이 특정되어 있고 답변 기한이 붙어 있으면, 어느 이름을 달고 있든 청약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 서류로 통관이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통관에는 선적 내용이 확정된 상업송장을 씁니다. 견적송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조건을 담은 서류이기 때문입니다. 수입 승인이나 신용장 개설, 선금 송금 단계에서 쓰는 서류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중에 상업송장 금액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쪽이 맞나요?
선적이 끝난 뒤에 발행되는 상업송장이 기준이 됩니다. 수량이 바뀌거나 일부만 선적되면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다만 차이가 큰데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 그것은 계산 문제가 아니라 합의 내용이 어긋난 것이므로, 송금 전에 서면으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서류로 송금해도 되나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민법 제528조 제1항은 승낙기간을 정한 청약에 대해 그 기간 내에 승낙 통지를 받지 못하면 효력을 잃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지난 뒤 우리가 송금하는 것은 이미 효력을 잃은 조건에 돈을 보내는 것이 됩니다. 상대에게 날짜를 갱신한 서류를 다시 받고 진행하십시오.
출처 : 「민법」 제527조(계약의 청약의 구속력),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출처 : 「민법」 제528조(승낙기간을 정한 계약의 청약),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 출처 : 「민법」 제534조(변경을 가한 승낙),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회